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야 보이는 것
★★★☆☆
‘비정근’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초등학교를 옮겨 다니는 비정규직 교사가 겪는 특별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각 단편은 저마다의 흥미로운 사건을 다룹니다. 주인공은 새로운 학교에 정착할 때마다 작은 미스터리들을 마주합니다. 때로는 학교에 얽힌 소문을 파헤치고 때로는 학생들의 숨겨진 사연을 풀어주기도 하지요.
우리나라에서 미스터리 분야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는 단연 히가시노 게이고일 것입니다. 워낙 많은 작품이 출판되다 보니 꽤 오래전에 집필된 작품들도 최근에야 정식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고요.
이 책은 총 여섯 편의 단편과 두 편의 히든 트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짧고 간결하게 전개되어 가볍게 읽기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추측해볼 수 있는 사건을 풀어가는 에피소드들이 많아 독자 스스로 범인을 유추하고 해결의 단서를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만 트릭 중 일본인만이 풀 수 있는 것이 있어서 한국인 입장에서 해결이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요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이런 트릭들을 쓴 작품들이 많아서 그 시대의 트릭 트랜드도 알 수 있어 좋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입니다. 아이들과 깊은 정을 쌓거나 학교에 대한 책임감을 지려 하지 않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이 같은 태도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오히려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학교의 책임자들인 교장과 교감은 문제를 덮으려 하거나 아이들에 대한 고정된 시선으로 사건의 본질을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들과 달리 한 발짝 떨어져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위치가 오히려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관점을 선사하여 사건의 숨겨진 실마리를 발견하게 합니다.
이 작품은 어른들의 시선이 아닌 오직 아이들만의 세상을 깊이 있게 그려냅니다. 사건들은 다소 살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행동은 순수함과 악의적인 의도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놓여 있지요.
나이가 들수록 시야가 좁아진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럴 때일 수록 한 발자국 떨어져 보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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