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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신카와 호타테 '공정의 파수꾼'

by 지식광부키우기 2025. 10. 1.

사회보단 미스터리를!

★★☆☆☆

‘공정의 파수꾼’라는 작품입니다.

6월 달에 리뷰했던 ‘전 남친의 유언장’을 집필한 신카와 호타테 작가님의 다른 작품입니다. 전작이 유언장에 적힌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형식이라 이번에도 같은 장르일 줄 알았더니 미스터리 색채는 띄고 있지만 다소 사회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직업은 굉장히 생소합니다. 일본 작품을 읽으면서 이 직업을 가진 주인공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관입니다. 주인공의 직업에서도 추측이 가능하듯이 이번 작품의 주제는 정의에 대해 부르짖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의 핵심은 웨딩업계의 카르텔을 무너뜨리는 데 있습니다. 주인공은 강한 정의감으로 뭉쳐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이고 그와 함께하는 조력자는 뛰어난 엘리트지만 동시에 주인공이 속한 부서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인물입니다. 두 사람은 웨딩업계에 만연한 담합과 갑질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결국 관련자들에게 죄값을 치르게 하지요.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을 통해 ‘옳은 일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과정인지 보여줍니다. 불법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일, 거대한 조직과 맞서야 하는 용기, 그리고 끝내 개인의 윤리를 무너지지 않게 지켜내는 고통이 작품 전반에 짙게 깔려 있지요.

다만 미스터리를 기대했던 제 입장에서는 확실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전작처럼 치밀한 트릭이나 의외의 반전이 기다리는 구조가 아니라 사회파 드라마적인 전개가 중심이었기에 긴장감을 좇는 재미는 덜했지요. 게다가 현실적인 문제의식을 담아낸 만큼 전개 자체가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흘러가기는 하지만 그만큼 결말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머물렀습니다.

사회파 미스터리라 해도 최소한의 트릭이나 반전을 곁들였다면 훨씬 흥미로웠을 텐데 이번 작품은 다소 사회적 메시지 쪽으로 기울어져 버린 느낌이 강했습니다. 웨딩업계의 카르텔, 정의를 지키려는 심사관의 고군분투라는 소재도 공적 주인공을 내세우면 뻔헀고 미스터리라는 틀을 기대했던 독자 입장에서는 무언가 비어 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한 남녀 콤비의 협력과 성장 스토리 역시 드라마에서 이미 수없이 반복된 구도라서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나 인물 간의 케미가 익숙한 패턴 안에 머물렀기 때문에 특별한 인상보다는 어디서 본 듯하다는 감각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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