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걸 읽는 도중 우리집 강아지는 왜 짖었을까?
★★★★★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라는 작품입니다.
한 번 읽고 바로 재독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얽힌 정보가 편지와 구술, 스트리머의 방송,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으로 흩어져 나오기 때문에 놓친 부분이 있을까 싶어 한 번 더 읽었습니다. 두 번째 읽었을 때 더 재밌었던 건 덤이었고요.
이번 작품은 영화화도 되었지만 저는 아쉽게도 영화를 보지 못하고 책으로 먼저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오자와라는 편집자를 찾아 달라는 의뢰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곧 실종자가 긴키 지방의 특정 장소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요. 작품은 그 장소와 실종자에 관한 단서를 꽤 많이 제공합니다.
작품 속 전개는 크게 서쪽과 동쪽, 두 갈래 길로 나뉩니다. 어느 쪽에서는 댐에서 사람들이 자살하기도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아파트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의 화자가 직접 그 지역을 체험하거나 사실을 단정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화자는 독자와 똑같은 위치에 서 있습니다. 자신도 모른다며 독자에게 제보를 부탁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죠. 덕분에 독자는 단순히 사건을 전해 듣는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함께 자료를 수집하고 해석해 나가는 동료의 위치로 끌려들어갑니다. 마치 괴담 게시판을 뒤적이듯 서로 다른 목소리와 기록이 한데 모이면서 점점 하나의 서늘한 그림이 그려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야기가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독자는 갸우뚱하게 됩니다. 드러난 귀신의 정체가 예상보다 변태적이고 별로 였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전개는 그 귀신조차 연막일 수 있다는 암시를 남깁니다. 진짜 실체는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주지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선과 악의 캐릭터를 모호하게 만들어 끝내 정체를 단정할 수 없게 했다면 이 작품은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악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흑막이 누구인가 무엇인가를 끝까지 흐려놓아 추측하게 만듭니다.
최종 부분에서는 공포 장르의 클리셰라 할 만한 요소들까지 아낌없이 집어넣으며 독자를 오싹하게 몰아붙입니다. 평소 웬만한 공포 영화나 소설을 보아도 좀처럼 무섭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재독 후 그날 밤만큼은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모큐멘터리 구성은 정말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심어주어 더 무서운 것 같습니다. 영화관에서 못 본 것이 굉장히 아쉬운데 빨리 VOD로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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