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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아키요시 리카코 '배틀 아일랜드'

by 지식광부키우기 2025. 8. 27.

5일째 먹는 곰탕

★★☆☆☆

‘배틀 아일랜드’라는 작품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바에 모여 잡담을 나누다 문득 화제가 무인도로 흘러갑니다. 만약 무인도에 단 세 가지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를 것인가 하는 주제였지요. 술잔을 기울이며 가볍게 던진 농담 같은 대화였는데 이야기는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바의 마스터가 사실 자신이 물려받은 섬이 있다고 털어놓았는데요.. 그러자 인물들은 방금 전 장난처럼 말했던 물건들을 실제로 챙겨 그 섬에 가보자는 결정을 내립니다. 다른 캐릭터들은 명확하게 성격이 드러나지 않지만 부잣집 따님과 그 남자친구의 성격은 초반 대화에서도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합니다.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자연스럽게 영화 배틀 로얄이 떠오릅니다. 작품 역시 그 익숙한 전개를 따라갑니다. 인물들이 섬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을 실어 나른 배는 사라지죠. 오직 한 명 혹은 두 명만이 살아서 섬을 빠져나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의 살인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됩니다.

바에서 의논하며 정한 세 가지 물품이 실제 섬에서의 생존 도구로 이어지는 설정은 흥미롭게 출발했지만 막상 전개된 방향은 기대만큼 재미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검과 총을 챙겨 온 인물이 있었는데 이 시점에서 이미 누가 압도적으로 유리할지가 뻔히 보였습니다. 사실상 살인마 역할을 도맡게 되는 구조라 긴장감보다는 예정된 구도를 따라가는 듯한 인상을 주었지요.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이미 다 보여주기 때문에 추리할 요소는 사실상 없습니다. 독자는 범인을 맞히거나 단서를 따라가는 재미보다는 그저 킬링타임용 영화처럼 사건의 전개를 지켜보기만 하면 되지요. 그리고 비슷한 류의 영화들에서 늘 그렇듯 남자와 여자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것이란 결말도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됩니다.

마지막에는 철없던 여자가 비로소 각성하는 장면이 나오고 탈출용 배에 특별한 장치를 해 두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야기가 끝맺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있을 거라 기대했던 터라 그대로 막을 내린 결말은 다소 허탈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섬이라는 무대를 보고 클로즈드 서클 특유의 긴장감과 밀실 추리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결말까지 읽고 나니 결국 전형적인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흔한 배틀 로얄물에 가까웠습니다. 이야미스 장르의 대표 작가 답게 무엇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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