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서가 이야기를 만든다
★★★☆☆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한자와 나오키의 프리퀄로 1권에서 그가 오사카 지점에서 지점장을 통쾌하게 무너뜨리는 이야기가 나오기 전의 사건을 다룹니다. 무대는 같은 오사카 지점이며 이번에는 그곳에서 근무하던 시절 벌어진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미 1권을 읽은 독자라면 배경과 인물 관계를 알고 있어 더욱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작품 속에서 비판하고자 하는 인물들의 특성은 매우 뚜렷합니다. 책임을 회피하며 모든 일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거래처를 그저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으로만 여기며 관계의 진정성을 무시합니다. 겉으로는 규정과 절차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자신의 이익과 안위를 지키는 데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드러납니다.
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기업물의 틀 안에 있지만 미스터리적 색채도 짙게 깔려 있습니다.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거나 감춰진 사실을 찾아내는 전개가 늘 중심에 있었고 이번 작품에서도 그 특징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특히 M&A를 둘러싼 의문을 품고 조사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림과 얽힌 추리적 요소를 잘 풀어냈습니다.
작품을 읽으며 특히 와닿았던 점은 월급쟁이라면 조직의 인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과 인사 제도가 잘못돼 있다면 그 조직은 이미 내부부터 썩어 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인사는 단순히 사람을 옮기는 절차가 아니라 그 조직의 가치관과 건강함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사실이 이야기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과 불굴의 의지로 일을 끝까지 제대로 완수하겠다는 마인드는 이 시리즈가 꾸준히 전달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부당한 상황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고 끝내 결과를 만들어내는 주인공의 태도는 단순한 통쾌함을 넘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사무실에서 장난처럼 남긴 낙서 하나를 은행과 M&A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사건의 실마리로 풀어낸 점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일상의 사소한 흔적을 거대한 사건과 치밀하게 연결시키는 전개는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과 디테일을 살리는 역량을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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