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소설

김영민 '수상탑의 살인'

by 지식광부키우기 2025. 7. 31.

 

논리와 공간의 결합

 

★★★★☆

 

‘수상탑의 살인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동해 바다 위에 세워진 거대한 수상탑을 무대로 벌어지는 클로즈드 서클 밀실 살인 사건을 다룬 본격 추리 소설입니다. 수상탑의 주인 박종호와 그의 딸의 죽음을 잇따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클로즈드 서클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외부로 빠져나갈 수단이 철저히 차단되어 있으며 범인이 인물들 중에 있다는 전제가 강하게 작용합니다. 때문에 인물들은 혼자서 움직이지 않으려 하고 서로를 경계하며 함께 행동하려는 모습이 강조됩니다.

 

작가가 물리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작품 속에 지구 온난화 같은 환경 문제와 수학적 개념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배경을 풍성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사건의 트릭과 인물들의 동기에 의심을 품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로 활용됩니다.

 

어떻게 죽였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누가 왜 죽였는지를 중심으로 보기에는 특히 종호의 딸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인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동기를 추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살인 트릭이 중요한데 작품 속 트릭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딸의 죽음도 초반부터 복선이 잘 깔려 있어 사건이 전개될수록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갖춘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상황이라 현실감이 있었고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박종호를 죽인 트릭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지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다만 박종호의 애인이 죽을 때는 그 냄새나 맛이 안느껴졌는지 조금 의문이었고 박종호를 죽일 트릭을 썼을 때도 신체에 그 현상이 안 일어나는 지 궁금했습니다.

 

주인공이 대학원생 신분으로 교수와 자주 엮이며 관계를 부각하려는 듯한 전개가 이어지지만 정작 두 사람의 케미를 보여주는 장면은 부족했습니다. 캐릭터성 자체도 다소 약하게 표현되어 두 인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깊어지기보다는 설정에 의해 억지로 묶여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클로즈드 서클 작품을 볼 때 저는 언제나 트릭 하나에 집중해 감상하는 편이기에 이번 작품도 그런 관점에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인물 관계나 케미가 다소 약하더라도 밀실을 어떻게 완성했는지 그리고 살인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밝혀내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드러나는 트릭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작품 전반에 대한 인상도 긍정적으로 남았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