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켜보는 진실
★★★★☆
‘신참자’라는 작품입니다.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집어 들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보다가 가가 형사 역을 맡았던 아베 히로시 배우가 출연하는 걸 보고 문득 그가 등장했던 신참자의 포스터가 떠올라 읽게 되었습니다.
작품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쿄 니혼바시 닌교초에 살던 40대 여성인 미쓰이 미네코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목이 졸려 살해당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가가 형사는 피해자의 주변을 탐색하며 단서를 하나씩 모아가고 그 과정에서 닌교초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짧은 에피소드처럼 이어집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진행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살인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구조이지요.
신참자는 본격 추리물이라기보다는 가족과 감동에 초점을 맞춘 작품입니다. 가가 형사는 현장 증거나 과학적 수사에 의존하기보다는 닌교초에 사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작은 간식이나 정성스러운 태도로 다가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선이나 트릭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지는 않으며 살인 사건 자체의 존재감이 다소 흐려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드라마물 보듯이 봐야 각 인물의 사연에 집중하며 잔잔한 감정을 쌓아가는 흐름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고부 갈등을 다룬 이야기였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끊임없이 다투고 그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이 된 남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가가 형사는 그 갈등의 이면에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짚어주고 이를 통해 남편이 미처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의 진심을 드러냅니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 더 공감이 갔고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경우에는 백야행이나 용의자 X의 헌신 정도만 미디어를 통해 봤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신참자를 읽고 나니 아베 히로시가 연기하는 가가 형사 시리즈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나온 작품 수가 꽤나 많은 만큼 시간을 들여 천천히 보는 시간을 가져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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