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소설

찬호께이 '염소가 웃는 순간'

by 지식광부키우기 2025. 6. 10.

 

염소만 웃었다

 

★★☆☆☆

 

‘염소가 웃는 순간’이라는 작품입니다.

 

예전에 한 번 앞부분에 나오는 주술 관련 장면을 읽고 흥미를 느껴 빌려본 적이 있었지만 당시엔 너무 바빠 끝까지 읽지 못하고 그대로 반납했었습니다. 이번에 찬호께이 작가의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책을 찾았고 그렇게 두 번째로 염소가 웃는 순간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추리 요소도 담고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로 보면 공포 소설에 더 가깝습니다. 각 장이 시작되기 전 7대 괴담 중 하나가 먼저 소개되고 그 괴담과 관련된 사건을 주인공 일행이 직접 겪게 되면서 전개됩니다.

 

캠퍼스 괴담을 바탕으로 한 공포물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정작 공포물로 보기에는 다소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물론 영상이 아닌 글로 공포감을 전달하는 것이 본래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노조키메나 죽은 자의 녹취록처럼 문장만으로도 쭈뼛 서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작품들을 접해본 저로서는 염소가 웃는 순간은 기대에 비해 공포적인 밀도가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상 현상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추리로 설명되는 일반적인 형식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실제로 초자연적인 현상이 이야기 속에 섞여 들어옵니다. 사용된 소재도 매우 다양해서 종교, 좀비 등이 나오는데 심지어 인술까지 등장합니다.

 

괴담마다 이러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몰입도를 높여주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과도한 느낌을 주면서 오히려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결과를 낳았던 것 같습니다.

 

결말 역시 전형적인 하이틴 공포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클리셰로 마무리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전개를 비튼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러한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 저로써는 허무하다고 느꼈습니다.

 

분량이 적지 않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의 성격이 입체적으로 드러날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캐릭터들 간의 관계나 심리 묘사도 깊이보다는 역할 위주로 기능하는 느낌이 강해서 전반적으로 평면적인 인물들이 많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