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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이노우에 마기 '아리아드네의 목소리'

by 지식광부키우기 2025. 5. 29.

 

 

살리는 건 마음이다

 

★★★★☆

 

‘아리아드네의 목소리’라는 작품입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추리적 요소가 중심을 이루는 소설은 아닙니다. 오히려 드라마적인 정서가 짙게 배어 있는 작품으로 작가의 대표작인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처럼 논리와 반박의 구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정통 추리물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이 사고로 죽은 이후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하루오는 드론 조종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배리어 프리를 지향하며 설계된 지하도시에 큰 지진이 발생하고 들리지도 보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장애를 가진 인물이 갇히게 됩니다. 하루오는 구조용 드론을 조종해 그 인물을 구출하는 임무에 투입됩니다.

 

장이 넘어갈 때마다 해당 인물의 위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기 때문에 마치 실제 구조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특히 삼중장애를 가진 인물을 대피소까지 이끌어야 한다는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가장 궁금했는데요.

 

작중에서는 촉각이라는 감각을 중심으로 접근합니다. 드론이 유도한 와이어를 감각적으로 인지하게 하고 진동 패턴을 통해 방향을 전달하는 등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도 가능한 소통의 방식을 제시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드론의 다양한 기능과 조작 방식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기술적인 조사와 고증에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기에 적합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 속 삼중장애를 가진 인물에 대해 작가는 이야기 중간중간 ‘정말 실제로 장애가 있는 것이 맞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이러한 의혹은 단순한 반전을 위한 장치라기보다 결말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한 설계처럼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작가도 이 결말을 위해 많이 고민 했다고 밝혔는데 읽는 내내 그 흔적이 곳곳에 느껴졌습니다. 사람들의 의혹을 어떻게 뒤흔들고 어떤 방식으로 울림을 전달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 서사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불가능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과 함께 극한의 조건 속에서도 손을 뻗는 모습은 진정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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