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능력물
★★☆☆☆
‘망내인’이라는 작품입니다.
집에는 13.67과 기억나지 않음, 형사 이렇게 찬호께이의 책이 두 권 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13.67은 이미 수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고 실제로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입니다. 오랜만에 찬호께이의 작품 세계에 다시 빠져보고 싶어 이번에는 그의 다른 작품들을 도서관에서 몇 권 더 빌려보았습니다.
빌린 책은 망내인, 염소가 웃는 순간, 마술 피리 이렇게 세 권인데 그중에서도 비교적 인지도가 있는 망내인부터 먼저 읽어보았습니다. 무인대출기를 통해 책을 대출했는데 세 권 모두 각각 하나의 보관함에 따로 담겨 나와 의아했는데 전부 제법 두께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망내인은 무려 700쪽에 달하는 장편입니다. 이야기는 중학생인 동생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주인공이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전개됩니다. 자살할 리 없었던 동생의 죽음에 어딘가 미심쩍음을 느끼고 주인공이 한 천재 해커에게 의뢰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추리 요소도 분명 포함되어 있지만 이 작품은 현대 사회와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쓰였기 때문에 단순한 사건 해결보다는 기술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이면을 조명하는 데 더 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천재 해커와 함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IT 관련 용어와 기술적 설명이 등장하는데 해당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여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낯설고 어려운 감정을 그대로 공유하게 됩니다.
동생의 죽음에 얽힌 진실도 결국 밝혀지고 반전을 통한 마무리로 작품은 막을 내립니다. 다만 책을 덮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정말 700페이지 가까이 끌고 갈 필요가 있었을까? 전개가 느리다기보다는, 문장이 너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요. 꼭 설명하지 않아도 될 장면에도 설명을 과하게 넣었다고 느낍니다.
아쉽게도 13.67만큼의 임팩트는 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건 자체는 여주인공에게 있어 인생을 뒤흔드는 큰 충격이었겠지만 타인이 봤을 때 그 사건이 그렇게까지 장편 분량을 통해 천천히 조명될 만큼 강한 서사적 밀도나 충격을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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