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적 유전자
★★★★☆
‘신세계에서 2’라는 작품입니다.
‘신세계에서 1’을 읽었을 때는 이야기의 행방이 전혀 예측되지 않았지만 이후 전개되는 전쟁 서사는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단순한 초능력 물이나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세계관과 설정을 정말 철저할 정도로 활용한 작품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작중 등장하는 주력, 사라진 아이들, 기억 조작, 부정 고양이, 악귀 등의 떡밥을 회수하고 장치를 잘 엮으므로써 전체 서사의 완벽도를 더욱더 높입니다.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쿠데타가 일어납니다. 1편에서 꾸준히 강조되었던 스쿼라의 영민함은 사실 2편의 스토리 전개를 위한 복선이었습니다. 1편에서도 외래종의 개입으로 요괴쥐 간의 전투가 주인공 일행과 얽히며 진행되었지만 2편에 들어서는 그 스케일이 더욱 커지며 요괴쥐와 인간 사이의 전면적인 전투로 확장됩니다. 단순한 충돌이 아닌, 치밀한 전략과 정치적 계산이 얽힌 전쟁 양상으로 번지면서 세계관이 더욱 깊어지고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1편에서도 보면 스쿼라는 위기를 빠르게 파악하고 탈출하거나 기회를 노리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줬는데 2편에서는 마침내 그 기회가 오자 주저 없이 움켜쥐는 모습을 보입니다. 주력의 존재로 인해 사실상 인간과 요괴쥐 사이에는 절대적인 계급이 나뉘어 있었는데 인간은 같은 인간에게 주력을 사용할 경우 그 당사자가 죽는다는 치명적인 제약을 안고 있습니다.
스쿼라는 이 점을 정확히 파고듭니다. 인간 아기를 요괴쥐처럼 세뇌하고 훈련시켜 스스로를 요괴쥐라고 인식하게 만든 뒤 인간을 공격하게 합니다. 이 아이는 자신이 요괴쥐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인간을 죽이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지만 정작 공격당하는 인간은 그 아이가 분명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주력을 쓸 수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됩니다. 이처럼 주력의 규칙을 교묘히 이용한 스쿼라의 전략은 단순한 무력 충돌이 아닌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냉혹한 지적 공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인간 사회는 이 전략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고 주인공은 이 아이를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주력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제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주인공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 유일한 방법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죠.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사토루가 위기에 빠지면서 그 방법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맙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끝내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스쿼라가 전투를 벌인 방식을 역으로 착안해 그 전략을 되받아치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아이를 제압하는 데 성공하게 되고 병기 역할을 하던 그 아이를 잃은 요괴쥐들은 결정적인 전력 손실을 입으며 전투에 패배하게 됩니다.
스쿼라는 결국 포로가 되어 인간에 의해 영원에 가까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스쿼라가 왜 전쟁을 일으켰는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단순한 악역이나 반역자가 아닌 억압 받는 종족의 대표로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저항이었다는 점에서 스쿼라는 끝까지 복잡한 감정을 안기는 존재로 남습니다.
결국 주인공은 안식을 허락해 주며 적과 아군을 넘어선 인간적인 결말을 맺습니다. 그 장면은 승리의 기쁨보다는 씁쓸함과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지배종과 피지배종이라는 구조를 SF적 상상력과 치밀한 설정으로 짜임새 있게 풀어낸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한 갈등을 넘어 권력·본성·통제의 본질에 대해 묻는 이야기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깁니다. 애니메이션과 만화로도 제작되었는데, 특히 원작을 비교적 충실히 따라간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러한 세계관과 철학이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책으로 느꼈던 무게감과 긴장감이 영상매체에서는 또 어떻게 다가올지 그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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