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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기시 유스케 '신세계에서 1'

by 지식광부키우기 2025. 5. 15.

 

누구나 초능력을 쓴다면 그건 더 이상 능력이 아니다

 

★★★☆☆

 

‘신세계에서 1’라는 작품입니다.

 

다시 찾은 기시 유스케의 작품입니다. 예전부터 굉장히 똑똑한 작가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검은 집‘을 통해 처음 접한 이후로,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그의 작품들을 접할 때마다 매번 그 탄탄한 구성력과 필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깊이 있는 전개를 보여주는 작가라서 단순히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작품이 별로 없습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전혀 다른 분위기와 주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긴장감과 몰입도를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늘 새로운 감각으로 마주하게 되는 작가입니다.

 

이번 작품도 처음엔 추리소설인 줄 알고 아무 생각 없이 빌렸는데 막상 읽어보니 전혀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중심이 되는 소재는 주력이라는 이름의 사이코키네시스로 일종의 초능력을 둘러싼 사회적 구조를 다루는 이야기였습니다.

 

SF 장르인 줄 모르고 읽기 시작해서 처음엔 다소 당황했지만 특유의 설득력 있는 전개와 치밀한 설정 덕분에 금세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초능력 물이라기보다는 이야기 초반부터 떡밥을 아주 많이 뿌리며 독자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구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설정 하나하나가 나중에 어떻게 회수될지 궁금하게 만들고 이야기 전체가 퍼즐처럼 정교하게 짜여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읽는 내내 흥미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게 됩니다. 주제가 초능력이기 때문에 기억 조작이나 인식 왜곡 같은 요소도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특이한 생물들도 있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습니다.

 

배경이 완전히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현대적인 인식과는 다소 동떨어진 선정적인 요소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일부 장면에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세계관 설정 안에서 허용된 규칙과 문화로 볼 수 있어 작품의 맥락을 감안하며 읽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직 1권이라 그런지 이러한 요소들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제공되지만 그것이 앞으로 어떤 중요한 설정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향후 전개에서 이 부분이 단순한 자극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1권의 결말은 비극적으로 마무리됩니다. 사실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가볍거나 밝다고 보긴 어려운데 그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떡밥을 뿌리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전개가 이어지죠. 아직은 여러 설정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2권에서는 그 떡밥들이 어떤 식으로 회수되고 이야기의 핵심과 어떻게 연결될지 기대가 됩니다. 감정적으로도 무거운 여운을 남기면서 다음 권을 자연스럽게 펼치게 만드는 그런 마무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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