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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니시자와 야스히코 '일곱 번 죽은 남자'

by 지식광부키우기 2025. 5. 6.

 

 

일어날 시간입니다

 

★★★★☆

 

‘일곱 번 죽은 남자’라는 작품입니다. 

 

오랜만에 특수 설정이 가미된 미스터리 작품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적당히 읽고 자야지 했는데, 결국 끝까지 다 읽고 나서야 잠들 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작품은 처음부터 주인공의 특수한 능력을 독자에게 공개하는데요. 마음대로 원할 때 쓸 수 있는 능력은 아니지만,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하루를 최대 9번까지 반복할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사건은 주인공이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집안의 역사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가운데, 할아버지가 실권을 쥐고 있으며, 그의 딸들은 그 실권을 차지하기 위해 눈치를 보고 아첨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각자 본인의 자식들에게 유산이나 권한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 욕심이 얽히면서,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이런 미묘한 관계들이 이후 사건 전개에 중요한 밑그림이 됩니다.

 

주인공은 가업을 잇는 것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요. 어쨌든 이런 상황 속에서 주인공의 특수 능력이 발휘됩니다. 문제는 그날, 할아버지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범인과 살해 방법을 초반에 모두 공개해버립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하루를 최대 9번까지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범인의 최종적인 결과나 사건의 결말은 바로 서술되지 않습니다. 매번 살해당하기 전으로 돌아가면서, 그 시간 안에 진상을 밝히고 사건을 막아야 한다는 긴박한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아홉 번 죽은 남자는 바로 할아버지입니다. 주인공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막기 위해 매번 다른 선택을 하며, 살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집니다. 이 소설은 범행 자체나 범행 도구를 중심에 두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 죽음의 결과를 바꿀 수 있을지, 즉 상황 자체를 '파훼'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과 조건 안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말에 이르면, 작품은 하나의 반전을 제시합니다. 주인공조차 깨닫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금까지 반복해온 모든 과정과 선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단순한 반복극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에 깊은 여운과 울림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스터리 장르에서 특수 설정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매력이 극대화되기도, 흐려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서 설정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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