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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아오사키 유고 '수족관의 살인'

by 지식광부키우기 2025. 4. 29.

 

작은 단서로 논리의 탑을 쌓는 다는 것

 

★★★☆☆

 

‘수족관의 살인’이라는 작품입니다.

 

『체육관의 살인』에 이은 두 번째 ‘00관 시리즈’ 작품입니다. 시리즈물답게 전작의 주요 인물들이 다시 등장하며, 이전 작품을 읽었다면 익숙한 분위기와 캐릭터 관계를 바탕으로 전개가 이어집니다.

 

이번 작품의 무대는 전작과 달리 학교 밖으로 옮겨집니다. 수족관을 취재하러 간 신문부가 우연히 살인 사건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죠. 사건은 수족관 관계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졌고, 용의자는 무려 11명이나 됩니다. 이 한정된 범위 안에서 누가, 왜,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해 나가는 전개는, 시리즈 특유의 본격 추리물로서의 매력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교생 명탐정인 우라조메 덴마가 중심에 있는 이야기인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경찰은 자연스럽게 주변부에 머무는 설정입니다. 경찰은 사건의 기본적인 조사나 정보 수집을 담당하고, 덴마가 추리를 이어가기 위한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에 그칩니다. 말하자면 본격적인 추리의 무대는 늘 덴마에게 열려 있고, 경찰은 그 무대에 필요한 퍼즐 조각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조연 같은 위치에 놓여 있죠. 이러한 구성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시리즈 특유의 ‘고교생 탐정물’이라는 장르적 재미를 강화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체육관의 살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서도 특정 물품에 담긴 단서를 중심으로 하나하나 논리적인 추론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용의자의 진술과 정황을 하나씩 교차 검증해가며, 가능성이 사라지는 인물을 차례로 배제하고 결국 남는 단 하나의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단서가 드러날 때마다 새로운 관점이 열리고, 치밀한 추리 과정을 따라가는 재미는 이 시리즈만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지요.

 

작품 내 비중이 어떤 인물의 이야기나 감정선을 풀어내는 것보다는, 살인 사건 자체의 진상을 밝히는 데에 더 많이 치중되어 있습니다. 감정적인 드라마나 관계 중심의 서사보다는, 단서를 바탕으로 한 논리적 추리와 반박, 그리고 정교한 트릭 해명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 전형적인 본격 추리물의 성격이 더욱 두드러지게 느껴졌습니다. 인물 간의 깊은 감정 교류보다는 치밀한 추론의 쾌감을 중심에 둔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품에 담긴 단서를 바탕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리를 이어가며, 결국 설득력 있는 결말에 도달하게 만드는 능력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체육관의 살인』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수족관의 살인』에서도 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중간중간 중요한 정보를 일부러 감추거나 독자의 호기심이 극대화되는 타이밍에 이야기를 끊어놓는 구성도 탁월해서, 다음 전개를 궁금해하며 읽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이제 『도서관의 살인』만이 남았는데, 이번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단서를 연결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리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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