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능성은 떠올랐다
★★☆☆☆
‘도서관의 살인’이라는 작품입니다.
단편을 제외하면, 이번 작품이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의 마지막 장편입니다. 이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인물들을 꽤 많이 등장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아마도 용의자 군을 구성해 소거법을 중심으로 사건을 풀어나가기 위한 서사적 장치로 보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무려 1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해, 초반에는 인물들 구분만으로도 꽤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이름과 특징, 위치 관계를 기억하지 않으면 추리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서, 약간의 집중력과 인내가 요구됩니다.
추리 파트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의외로 일상적인 장면들이 꽤 많이 등장해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추리와 일상 파트의 균형을 바라는 독자들의 요청이 많아, 이번 작품부터는 그런 피드백을 반영해 구성 방식을 일부 조정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굳이 일상 파트를 넣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어느 정도 라이트 노벨 풍의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런 일상적인 장면들이 작품의 톤을 부드럽게 만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쌓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도 느낍니다.
특히 시리즈 팬이라면 사건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가벼운 대화나 관계 묘사를 통해 인물에 대한 이해와 정서적 유대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우라조메에 대한 수수께끼를 남기기도 하고요.
다시 사건으로 돌아오면, 이번에도 우라조메 덴마는 작은 흔적을 단서로 삼아 치밀하게 논리를 전개해 나갑니다. 특히 피의 흔적을 분석하며 추리를 전개해 나가는 과정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겉보기에 단순한 자국이었지만, 그 위치와 양, 남겨진 방식 등을 하나씩 짚어가며 가능성들을 배제하는 과정이 몰입을 더했습니다.
반전이 등장하면서 범인의 동기를 추측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약간 "띠용?"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납득이 완전히 되지는 않아서 당황스러웠는데, 찾아보니 저만 그렇게 느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동기보다는 ‘어떻게 그런 범행이 가능했는가’에 더 초점을 맞춘 구조이기 때문에, 동기 자체에 강한 설득력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열어두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합니다.
시리즈를 전부 읽어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체육관의 살인』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수족관의 살인』과 『도서관의 살인』도 충분히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주긴 했지만, 계속해서 비슷한 플롯 구조를 따르다 보니 뒤로 갈수록 약간의 패턴화된 인상을 받았습니다. 반면 『체육관의 살인』은 첫 작품 특유의 신선함과 임팩트가 있었고, 트릭과 전개의 밀도 면에서도 가장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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