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기를
★★★★☆
‘겨울철 한정 봉봉 쇼콜라 사건 하’라는 작품입니다.
『소시민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고바토는 뺑소니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이지만, 상권에서 전개되었던 이야기들이 하권에서 하나둘씩 풀려나갑니다. 중학교 때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그동안 쌓여 있던 의문들이 차근차근 해소되고,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고바토와 오사나이의 러브라인도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정리됩니다.
명확한 표현은 없지만, 서로를 향한 감정이 말보다 행동과 선택으로 드러나며, ‘소시민’이라는 이름 아래 감추어온 진심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덕분에 추리물 이상의 여운과 감정을 남기는 결말이 되었습니다.
확실히 ‘소시민’을 지향하기 전의 고바토와 이후의 고바토를 비교해 보면, 매력 면에서는 후자가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보다는, 조용히 분석하고 조심스럽게 판단하는 태도에서 고바토 특유의 개성이 더 잘 드러난다고 느껴졌고요. 감정이나 상황에 휘둘리기보다 한발 물러나 관찰자로서의 위치를 유지할 때, 오히려 인물로서의 매력이 더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오사나이의 도움으로 고바토의 뺑소니범도 밝혀지게 됩니다. 사건 해결의 과정에서 놓치지 않고 캐치해 내는 단서들의 포인트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예컨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든지,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규칙성을 의심하고 파고드는 방식은 단순한 관찰력이 아니라 통찰력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사고 과정은 ‘'왜 나는 그걸 못 봤을까?' 하는 기분 좋은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사건의 마무리와 함께, 두 사람의 아슬아슬했던 러브라인도 한층 더 명확해집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두 사람이 직접적으로 마주치는 장면은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긴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속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오사나이는 시험을 치르고 대학 진학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1년이 미뤄진 고바토에게 건네는 그녀만의 플러팅(?)은 특유의 무심한 말투 덕분에 더욱 웃음을 자아냅니다. 담백하면서도 상대의 반응을 슬쩍 살피는 오사나이의 태도는, 시리즈 내내 유지되어 온 미묘한 감정 선의 정점을 찍는 듯한 느낌이었고,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에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방황하고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결국에는 서로가 가장 잘 맞고 어울리는 존재라는 것을 이번 작품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말로는 소시민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그 관계만큼은 누구보다 특별하고 깊었다는 점이 마지막까지 따뜻한 여운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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