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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고 가쓰히로(오승호)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by 지식광부키우기 2025. 4. 15.

 

잔혹한 성장담이자, 기묘한 해방의 이야기

 

★★★★★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이라는 작품입니다.

 

제목도 그렇고, 표지도 굉장히 현란(?) 하게 눈에 띕니다. 이 작품은 고 가쓰히로(오승호) 작가가 쓴 소설로, 『로스트』, 『스완』, 『라이언 블루』 등 국내에 정발 된 대부분의 작품은 거의 읽어봤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작품은 서사를 길게 끌고 가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고, 이 작품의 분량을 봤을 때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탄탄하다면 분량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기에, 이번 작품도 '이야미스' 장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읽어 내려갔습니다. 특히 작가가 어떤 묘사와 전개를 통해 불쾌감과 찝찝한 감정을 유발하는지에 주목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요리코라는 인물을 통해 뒤틀린 관계에 대한 순응된 사고방식, 그러한 왜곡된 구조를 만들어낸 인물들, 그리고 그것을 부수고자 하면서도 결국 잘못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해버리는 인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폭력의 지속, 그 후의 부재, 그리고 세뇌와 해방까지 이 작품의 이야기는 그런 흐름을 따라 전개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해방’이라는 순간이 탈출과 마지막 결말부라고 생각하는데, 그 첫 번째 해방인 탈출조차 폭력 속에서 이루어지고, 극단적인 캐릭터의 등장을 통해 강한 충격을 안겨줍니다.

 

작품의 구조에 대해서는 정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맨 첫 장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사건이, 아오이에게 말하는 요리코의 이야기 내에서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끝까지 궁금증을 안고 읽게 만들었습니다. 초반에 강하게 각인되는 장면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남아 있었고, 읽는 내내 ‘이건 도대체 어떻게 이어질지 고민하게 만들었죠.

 

그러다 결국 그 장면이 특정 장소에서 실제 사건과 맞물려 이어지는 것을 보며, 앞서 깔아둔 복선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쾌감과 함께 작가의 구성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트릭까지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클라이맥스에서 요리코가 겪는 물리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성장은 이 작품의 정점이자, 긴 분량을 읽어온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감정과 서사가 한순간에 응축되며 터져 나오는데, 단순한 희생이나 처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마침내 이겨내고 한 단계 성장하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이야미스 장르적 요소를 충실히 챙기면서도,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내었습니다. 덕분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되고, 그 안에서 묘하게도 감정적 공감과 여운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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