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 속 화합이냐 분열이냐
★★☆☆☆
‘최애의 살인’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본격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스릴러에 더 가까운 색채를 띱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인물과 그 주변 인물들이,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그러는 동안 루이라는 인물의 감춰진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고, 하나의 반전이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총 세 명의 아이돌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살인사건을 계기로 감정적으로 큰 변화를 겪으며 각자의 내면과 마주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범죄를 둘러싼 긴장감만이 아니라, 사건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어 마치 성장 서사를 담은 만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돌 활동에 큰 애정이나 의지가 없던 캐릭터들이 위기를 겪으며 점점 단단해지고, 자신과 서로를 다시 바라보게 되면서 삶의 의지까지 불태우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데요. 세 명이 트리오로 설정된 만큼, 각기 다른 배경과 성격을 지닌 인물들이 충돌하고 다시 하나로 나아가는 과정은 필연적인 서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 스릴러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다소 클리셰적인 반전 요소를 통해 결말에 도달합니다. 전체적인 전개가 큰 위기감 없이 비교적 평이하게 흘러간다는 인상을 주었고, 반전 역시 익숙한 방식이라 놀라움보다는 ‘예상 가능한 안정감’에 가까웠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불필요하게 볼륨을 키우지 않았다는 점과, 글이 매우 잘 읽힌다는 점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문장과 빠른 전개 덕분에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고, 책장을 넘기는 속도도 자연스럽게 붙었습니다.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킬링타임용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가독성과 완성도는 앞으로 작가가 보여줄 가능성과 확장성을 더욱 기대하게 만듭니다. 앞으로도 계속 하드보일드한 방향을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보여준 감정의 결, 속도감 있는 전개, 인물 간의 긴장감 등을 더욱 확장시켜 나간다면, 스릴러 장르에서 충분히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한층 더 단단해진 서사와 작가만의 색깔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여, 작가가 박서준을 좋아하는 듯한 언급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요, 이런 깨알 같은 포인트들도 작품을 읽는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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