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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기시 유스케 '가을비 이야기'

by 지식광부키우기 2025. 4. 1.

 

 

공포를 대하는 방식의 차이

 

★★☆☆☆

 

‘가을비 이야기’라는 작품입니다.

 

오랜만에 기시 유스케 작가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추리보다는 공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였는데요, 지금까지 읽었던 그의 작품 중 이렇게 본격적으로 공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처음이라 과연 어떤 분위기일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총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첫 번째 단편은 분량이 아주 짧아 전체 구성을 세 편의 이야기로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마치 본편에 들어가기 전, 이번 작품이 어떤 분위기의 공포를 다룰 것인지 살짝 맛보기로 보여주는 도입부 같은 느낌이었죠. 본격적인 이야기는 두 번째 단편부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생각했던 공포의 결이 달라서인지, 작품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공포는 미쓰다 신조 작품에서 느껴지는, 음산한 분위기와 설명하기 힘든 섬뜩함, 말 그대로 ‘무서운’ 감각에 가까웠다면, 이 작품이 보여주는 공포는 조금 결이 달랐습니다.

 

여기서의 공포는 외적인 위협보다는 ‘운명’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대한 저항, 혹은 받아들임에서 비롯된 불가해한 두려움에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단편들의 결말이 모두 비극적으로 끝나면서, 마치 정해진 결말을 향해 끌려가는 인물들을 지켜보는 듯한 무력감을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때문에 허무와 체념 같은 감정이 더 깊게 다가왔습니다.

 

작품이 주는 감각적인 공포를 제외하고, 구성적인 측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푸가’였습니다. ‘운명’이라는 테마에 초자연적인 현상을 결합하고, 그것을 ‘기록’의 형태로 독자에게 제시함으로써 현실성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습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 과연 거짓인지, 혹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들다가, 결말에 이르러 하나의 결정적인 현상을 통해 그 실체를 드러내는 전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의심과 경악, 그리고 은근한 추리 요소까지 잘 버무려져 있어, 이야기 자체에서 오는 재미도 컸습니다.

 

그 외의 단편들은 등장인물들이 작품 속에서 느끼는 두려움이나 충격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아, 전체적으로 다소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이야기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임팩트가 보이지 않아 끝까지 읽고도 강하게 남는 여운은 크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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