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씩 줄을 그어가면
★★★☆☆
‘체육관의 살인’이라는 작품입니다.
학교 내 체육관에서 한 사람이 살해되고, 체육관에 있던 용의자들 중 범인을 추리해 내는 구조의 작품입니다. 완벽한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의 형식은 아니지만, 보여주는 장소가 적고 용의자들 사이에서 논리적으로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이 주된 흐름으로 작용합니다.
체육관에 방송부, 탁구부 등 다양한 동아리원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수도 꽤 많습니다. 따라서 이야기의 핵심 중 하나는 각 인물들의 알리바이를 하나씩 검토하면서 용의자 범위를 좁혀가는 과정인데요.
범인이 남긴 중요한 단서와 함께, 각 용의자의 알리바이가 실제로 성립하는지 논리적으로 따져보는 전개가 추리의 핵심이 됩니다. 단순히 ‘누가 가장 수상한가?’를 찾는 방식이 아니라, 용의자들의 행동을 교차 검증하며 알리바이를 하나씩 깨부수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처음에 용의자로 몰린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회성이 떨어지지만 머리는 뛰어난 학생 탐정을 고용하게 됩니다. 처음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범인이 아님을 밝혀내면서, 복잡한 추리 싸움으로 발전합니다.
탐정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경찰은 역시 들러리에 가깝게 그려집니다. 특히, 탐정을 고용한 의뢰인의 가족이 경찰과 연관이 있다는 설정 덕분에, 경찰수첩에 적힌 정보를 빼돌려 탐정이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는 장면도 등장하지요.
탐정과 범인이 두뇌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탐정의 일방적인 깨부수기에 가까운 전개였습니다. 범인이 트릭을 세밀하게 설계했다기보다는, 탐정이 범인이 남긴 실수를 하나씩 논리적으로 지적하며 추리를 완성하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날씨, 우산, 소품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트릭 설계 자체는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물건이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하여 인상적이었는데요. 탐정의 추리의 흐름을 따라가는 재미를 더욱 느끼게 하는 장치였다고 생각합니다.
탐정은 엄청난 애니메이션 덕후로 나오는데, 이전에 조즈카 히스이를 봐서 그런지 이 정도 개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습니다. 작품 내에서 그렇게까지 튀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지요.
추리 설계에서는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습니다. 트릭의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두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상당히 정교하게 짜여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트릭의 퍼즐을 풀고 싶다는 분들은 읽어봐도 좋을 작품입니다.
'문화생활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네자와 호노부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 상' (0) | 2025.04.03 |
---|---|
기시 유스케 '가을비 이야기' (0) | 2025.04.01 |
도진기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0) | 2025.03.25 |
도진기 '유다의 별 2' (0) | 2025.03.20 |
도진기 '유다의 별 1' (0) | 2025.03.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