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인에 이르는 병
★★☆☆☆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라는 작품입니다.
고진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도진기 작가의 작품을 진구 시리즈 5권, 고진 시리즈 5권 해서 총 10권을 거의 내리읽었는데요. 훌륭한 작품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제 취향에 맞는 스타일이어서 꾸준히 읽게 되었습니다.
이번 편은 다른 시리즈와 다르게 법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환멸을 느끼고, 작품 내 표현대로 ‘뒷골목’에서 활동하던 고진이 다시 법정으로 돌아와 김명진의 변호를 맡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법정 장면에서의 디테일한 묘사와 법률적 논리의 전개가 매우 탄탄한데, 이는 작가의 전직이 판사였던 점과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한 변호 활동이 아니라 법정 내 전략, 증거 활용, 판사의 심리를 고려한 변론 과정까지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법정이 꼭 논리의 게임으로만 진행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추리 소설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로맨스 소설에 훨씬 가깝습니다. 트릭 요소를 한 스푼 첨가한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책을 덮고 나면 먹먹한 감정이 오래 남습니다.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도 있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인물들 간의 감정 선과 관계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추리 요소를 기대하고 읽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와 법정에서의 논쟁이 주요 흐름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또한, 관계와 법정 내 공방이 반복되는 패턴이 이어지면서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법정 드라마를 기대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지만, 미스터리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기대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작품을 덮고 나니 오래전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이 떠올랐습니다. 마지막 먹먹함의 감정이 이어져서 그랬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모로 감정적 여운을 남긴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고진 시리즈도 끝이 났습니다. 진구 시리즈까지 포함해 각각 다섯 작품씩, 총 11권을 읽었는데요. 한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 연달아 읽는 경험이 흔치 않은데, 그만큼 작가의 스타일과 서사 전개 방식이 저에게 잘 맞았던 듯합니다.
시리즈를 마무리한 지금, 다음으로 또 어떤 작품을 읽을지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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