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잡은 후 누구나 겪어보는 일
★★★★☆
‘교통경찰의 밤’이라는 작품입니다.
이번 리뷰는 결말과 중요한 부분을 포함하오니 아직 이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먼저 읽어 본 후에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유튜브를 보시고 추천해 주셔서 읽게 된 책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지만, 처음 들어보는 작품이라 의문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의 초기작이라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2001년에 출간되었지만, 2019년에 한국에 다시 개정판으로 나온 것을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의 초기작이 여전히 출판되어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이 가진 힘과 지속적인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총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이야기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입고, 그 피해자와 관련된 사람이 사적 복수를 한다는 공통의 플롯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찰이나 형사가 해결을 하는 것이 아닌 점이 독특했습니다.
첫 번째 단편인 ‘천사의 귀’가 추리 소설로서 가장 알맞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트릭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마지막에 반전도 주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풀어갔습니다. 청각장애인과 시간, 노래를 결합하여 그렇게 생각하게끔 유도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네 번째 단편인 ‘건너가세요’는 가장 뭉클한 에피소드였는데요. 이야기의 배경이 골목길 주차와 관련된 사건이라, 골목길 주차가 흔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느껴져 더욱 공감이 되었습니다. 짧은 순간으로 인해 자식을 잃고, 아내는 정신적으로 무너져버리는 비극을 겪은 주인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가해자들을 그냥 보내주는 행위는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불법 주정차로 인한 비극적 결과에 대해 가책을 느낀 남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더욱더 강하게 주제의식을 전달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나머지 단편들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와는 다른 결을 지닌 단편들이라, 소설로서의 재미가 한층 더 부각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로 집필을 시작했다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가독성과 재미 부문에서 확고한 감각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스터리 장르에서 단편들은 장편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오히려 일반 소설에 가까운 느낌이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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