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가 부릅니다. 잘못된 만남
★★★☆☆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라는 작품입니다.
이번 리뷰는 결말과 중요한 부분을 포함하오니 아직 이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먼저 읽어 본 후에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온 시라이 도모유키 작품 리뷰입니다. 작품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영원한 명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오마주한 작품입니다. 다만, 시라이 도모유키 특유의 특수 설정이 더해져 색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그의 독특한 감성이 녹아들어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합니다.
특수 설정에서 자주 쓰이는 주제 중 하나가 좀비인데, 이 작품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무의식적인 좀비와는 달리, 의식을 지닌 좀비가 등장합니다. 상해로 죽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좀비로 통칭되지만, 사실 이는 기생충 때문입니다. 기생충이 숙주의 몸에 기생하면서 숙주가 상해에도 불구하고 생존하게 되는 설정인데, 만약 기생충이 죽으면 그 숙주도 함께 죽게 됩니다. 이러한 설정은 전통적인 좀비 개념을 새롭게 변형했다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역시나 다중 추리가 등장하는데요, 일부 추리는 조금 허무맹랑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쉽게 믿기 어려운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이 너무 쉽게 납득하는 모습이 보여 약간의 설득력 부족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다만, 이미 죽었는데도 죽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인 추리마저도 이들의 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고도 생각됩니다.
살인 동기가 마지막에 밝혀지는데, 이 부분이 참 작가답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사람과 사고방식이라서 황당하면서도 섬뜩하게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그 부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이번 작품은 킬링 타임용 정도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도 같이 떠올려 보면서 잠시 시간을 보내며 읽기 좋은 미스터리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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