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사고를 가두었다
★★★★☆
‘인간은 얼굴은 먹기 힘들다’라는 작품입니다.
이번 리뷰는 결말과 중요한 부분을 포함하오니 아직 이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먼저 읽어 본 후에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리뷰를 작성했던 시라이 도모유키의 작품입니다. 이 작가는 다중 추리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며, 과거의 사건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글을 쓰거나, 때로는 SF 같은 초월적 요소를 결합해 독창적인 미스터리를 만들어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클론이라는 SF적 요소를 활용하고, 다중 추리와 서술 트릭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한층 더 복잡하고 흥미롭게 구성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핵심이 되는 요소는 독자가 클론이라는 사실을 쉽게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점과, 그 상대방 캐릭터 또한 비슷하게 구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재독하면서, 작가가 중요한 부위를 묘사한 방식이 바로 이 클론 설정을 암시하는 장치로 쓰였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다중 추리 부분에서는 주인공이 너무 쉽게 상황에 동화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그 부분을 작가가 짚고 넘어가 준 점이 좋았습니다. ‘엘리펀트 헤드’에서도 느꼈지만, 작가는 허술한 부분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줍니다.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서 스토리의 논리성을 유지하려는 작가의 철저한 구성력이 확실히 모든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논리적 개연성이 크게 어긋난 부분은 없었습니다. 억지스럽다는 느낌 없이, 이야기의 전개가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또한 클론이라는 소재가 사회파 소설처럼 메시지 전달에 집중될 수도 있었지만, 작가는 이를 메시지보다 추리와 트릭을 위한 장치로 활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작품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보다, 본격 추리소설에 가까운 형태로 이야기 전개와 미스터리에 집중하며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탐정의 역할을 고정적으로 두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시키는 점도 이 작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처음에 탐정 역할을 맡긴 인물을 죽이는 전개를 자주 사용하는데, 그 타이밍을 잡는 것이 작가의 작품을 읽는 재미 요소 중 하나인 듯합니다.
‘엘리펀트 헤드’를 끝으로 국내에 정발 된 시라이 도모유키의 책을 모두 읽었습니다. 현재 두 개의 리뷰를 올렸는데요. 재독을 통해 나머지 작품들에 대한 리뷰도 차례로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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