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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시라이 도모유키 '엘리펀트 헤드'

by 지식광부키우기 2024. 10. 22.

 

 

악장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 크레센도

 

★★★★★

 

‘엘리펀트 헤드’라는 작품입니다.

 

해당 작품의 작가가 쓴 국내 출간작인 ‘명탐정의 제물’, ‘명탐정의 창자’,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모두를 읽어본 저로서는, 이번만큼은 도서관에서 빌리는 대신 직접 구매해서 읽어보았습니다.

 

되도록이면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부분은 최대한 빼고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작품은 2024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입니다. 이 책의 작가인 시라이 도모유키는 작년 ‘명탐정의 제물’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에서 1위를 차지하며, 그의 독창적인 미스터리 스타일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요소를 추리와 트릭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임 루프와 시스마 약물 설정은 이 작품의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시스마 약물로 인해 등장인물들의 인격이 분리되며, 각 인격은 서로 다른 시간선에서 사건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같은 사건이 반복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상황들이 계속해서 펼쳐지는데, 이러한 시간 선의 변화를 중간중간 표로 정리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꼬이고 인격들이 엇갈리면서 사건이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하는 과정 자체가 큰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세세한 차이들이 중요한 단서로 작용해 치밀하다는 느낌을 더해주지요.

 

작가는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 배경, 설정, 논리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쓰인 부분이 없고, 모든 요소가 살아 숨 쉬듯 그 멋을 뽐내고 있습니다.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된 이 작품은, 추리 소설로서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굉장히 자극적입니다. 프롤로그부터 사람을 폭파시키며 강렬하게 시작하지요. 마지막 트릭을 보았을 때는 "이게 정말 말이 되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전까지의 전개는 다른 고어적이고 자극적인 소설에서 종종 보았던 내용이라고 느꼈지만, 마지막 트릭은 상상조차 못했던 발상이라 충격적이었습니다. 인간으로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극단적이었고, 도덕성과 윤리성 측면에서는 0점 이하를 줄 수 있을 만큼 한계를 넘은 트릭이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이 작품이 대중성을 챙기는 소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극적인 요소와 파격적인 전개가 독자에 따라 큰 호불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잔인하고 비윤리적인 요소와는 별개로, 무척이나 잘 쓴 추리소설입니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왔지만, 이토록 치밀하게 구성된 작품은 정말 오랜만에 접한 것 같습니다. 시라이 도모유키의 다른 책들도 읽었기 때문에, 다음 리뷰에서는 그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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