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려있는 사악함에 몸을 떨었다.
★★★☆☆
‘레몬과 살인귀’라는 작품입니다.
이번 리뷰는 결말과 중요한 부분을 포함하오니 아직 이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먼저 읽어 본 후에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표지도 매우 잘 뽑혔다고 생각합니다. 레몬에 둘러싸여 정면을 응시하며 입을 다문 여자의 모습은 책 속 주인공의 심리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아름다운 여성이 있는 표지로 보이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미오가 느꼈을 감정과 내면의 고통이 표지 속 여자의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표지가 주는 첫인상과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 느끼는 감정이 다르게 다가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은 3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술술 잘 읽힙니다. 책의 크기도 크지 않고, 스토리 역시 질질 끄는 부분 없이 속전속결로 전개되어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묘미는 반전에 있습니다. 메인 서술 트릭 외에도, 책 곳곳에서 많은 반전이 펼쳐져 마치 작가가 의도적으로 반전을 곳곳에 심어둔 것처럼 느껴집니다. 모든 곳에서 반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패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캐릭터들이 선에서 악, 또는 그 반대로 변화하는 모습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비슷한 상황이나 인물을 교묘하게 묘사하여 독자가 시간과 인물을 착각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사실상 이 작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각자 독특하고 비정상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는데요. 물론, 스토리를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설정이 다소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든 캐릭터가 비정상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보니, 결국 결말에 가서 "알고 보니 이랬다"라는 반전이 반복되면서 예상 가능한 패턴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몇몇 인물들의 동기 역시 성격에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아,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미오가 모든 것을 해방하는 장면에서는 강한 쾌감과 함께 그녀를 응원하게 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정상적인 캐릭터들 사이에서 억눌려 있던 미오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결말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통쾌했습니다.
엄청나게 대단한 트릭이 있는 건 아니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전개와 반전 요소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시간 보내기엔 딱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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