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소설

정해연 '홍학의 자리'

by 지식광부키우기 2024. 11. 5.

 

 

와인은 갈수록 숙성되지만 사랑은 갈수록 성숙되기는 어렵다.

 

★★★☆☆

 

‘홍학의 자리’라는 작품입니다.

 

이번 리뷰는 결말과 중요한 부분을 포함하오니 아직 이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먼저 읽어 본 후에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내 소설을 처음으로 리뷰하게 되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어 밀리의 서재를 구독한 김에 겸사겸사 읽게 된 작품입니다. 평소에는 일본 추리 소설에서 더 다양한 마이너한 면이 있어서 주로 읽어왔는데, 국내 소설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약속 가는 길에 책을 처음 열었는데, ⅓ 정도 읽고 집에 돌아온 후 바로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가독성이 굉장히 좋아서 매끄럽게 잘 읽혔고, 장면 전환이 절묘하게 이어져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쉽게 장면이 떠올라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기가 쉬웠고, 등장인물들의 심리도 잘 전달되었습니다. 생동감 있는 묘사 덕분에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영상화해도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때도 그 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반전과 트릭은 아쉬웠습니다. 서술 트릭을 활용하기 위해 표현을 그렇게 했던 것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실제로 남자아이였다면 아내를 제외한 등장인물이 그렇게까지 행동하거나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죽은 다현이 운동 신경이 좋았다고 묘사되었는데, 그런 아이를 준후가 이동시키는 설정은 조금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부분에서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성씨를 활용한 서술 트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이를 구현할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작가는 중성적인 이름을 사용해 성별을 혼동시키는 트릭을 성공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성별에 대한 독자의 선입견을 교묘하게 이용해 서술 트릭을 구현한 점이 인상적이었고, 이 방법이 한국적인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