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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에도가와 란포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by 지식광부키우기 2024. 11. 21.

 

 

구전이 드문 시대에 글로 그 기분을 느끼다

 

★★★☆☆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이라는 작품입니다.

 

이번 리뷰는 결말과 중요한 부분을 포함하오니 아직 이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먼저 읽어 본 후에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무조건 알게 되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바로 에도가와 란포와 요코미조 세이시인데요. 요코미조 세이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인 긴다이치 코스케를 탄생시킨 작가이지요.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 추리소설의 기틀을 다지며,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 같은 존재입니다.

 

저는 이 작품 이전에는 ‘인간 의자’ 한 작품만 읽어보았는데, 이 책에는 ‘인간 의자’를 포함하여 총 16편의 단편이 담겨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전체적으로 설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어렸을 적에 재밌게 읽었던 아기장수 우투리 같은 이야기를 접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작품 특유의 기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설화나 전래동화가 주는 그 독특한 매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것 같습니다.

 

크게 공포스럽거나 그렇지는 않았지만, 고전적인 느낌이 매우 좋았습니다. 영상 매체가 주를 이루고, 사람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기 힘든 현대 사회에서, 이런 작품은 마치 누군가가 차분히 들려주는 오래된 이야기처럼 다가왔습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유명한 ‘인간 의자’를 포함해, 특히 좋았던 단편으로는 ‘가면무도회’와 ‘독풀’이 있습니다.

 

‘가면무도회’는 비밀스러운 모임, 착각한 번호,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뒤바뀐 아내라는 요소들이 얽히며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합니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평생 앉고 갈 트라우마는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독자를 충격에 빠뜨립니다.

 

한편, ‘독풀’은 아이가 퍼뜨린 이야기가 힘든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을 다소 잔혹한 방식으로 해방시키는 전개로, 단순한 공포를 넘어선 씁쓸한 감정을 자아내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요즘 소설과는 달리, 예전 소설은 자극적이진 않지만, 그만큼 서사의 밀도와 분위기가 더 돋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단편이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하면서도 기묘한 분위기가 깔려있어 이를 맛보고 싶으시다면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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