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
★★★☆☆
‘I의 비극’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책의 작가인 요네자와 호노부는 단순히 미스터리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형식을 미스터리와 결합하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작가입니다. 그가 놀라운 점은 일반적으로 미스터리는 자극적이어야 하고, 점점 강렬한 요소를 추가하며 독자들의 기대에 맞추려는 경향이 있지만, 요네자와는 그런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입니다.
마치 장르 도장깨기를 하는 것처럼, 요네자와 호노부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써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청춘물을 집필하기도 하고, 시대극을 배경으로 삼기도 하며, 판타지나 일상 같은 장르에서도 그의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인 ‘I의 비극’은 일상 미스터리물에 가깝다고 생각하고요. 사건을 나열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를 잘 다룬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분적으로 미스터리한 사건, 이주한 사람들 간의 관계 등의 미시적인 문제를 다뤘다면, 전체적으로는 지방소멸, 인구감소 등에 따른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총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막간 같은 한 편을 제외하면 모두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요. 각 이야기에서 두 집이 한 쌍을 이루며 사건이 진행되는데, 이들의 관계와 갈등 속에서 인간 본성, 사회적 구조, 그리고 이주라는 주제가 복합적으로 엮여 잘 표현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1장인 '가벼운 비' 이야기를 가장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실제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이 매우 현실적이었고, 사건의 전개도 일상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더욱 몰입할 수 있었지요.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사건 해결 과정도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책의 주제를 생각해보면, 이런 방식이 오히려 현실감을 더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건 그 자체보다는 그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심리와 사회적 맥락에 집중하게 되면서, 제목처럼 비극적인 감정이 더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책의 제목을 'I의 비극’으로, 마지막 장을 'I의 희극'으로 한 것은 매우 절묘한 배치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비극과 희극은 서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죠.
고전부나 소시민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은 분이라면, ‘‘I의 비극’도 충분히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잔잔한 여운을 느껴보세요.
'문화생활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샤센도 유키 '낙원은 탐정의 부재' (9) | 2024.09.26 |
---|---|
미쓰다 신조 '죽은 자의 녹취록' (1) | 2024.09.24 |
미쓰다 신조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0) | 2024.09.19 |
니시무라 교타로 '묵시록 살인사건' (0) | 2024.09.07 |
반전이라면 역시 유키 하루오 '십계' (2) | 2024.09.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