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소설

도진기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by 지식광부키우기 2025. 3. 6.

 

 

트릭의 소재는 넓고도 넓다

 

★★★☆☆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이라는 작품입니다.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전 자체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읽으면서 비슷한 반전 구조를 가진 작품이 있었나 떠올려 봤는데, 기억에 남을 만한 유사한 반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작품의 내용은 두 남녀가 살해된 사건을 둘러싸고, 누가 범인인지 그리고 어떻게 CCTV를 피해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추리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작품 내내 죽은 여성의 남자친구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지만, 계속된 추리 과정에서 새로운 단서들이 나오면서 수사 방향이 번번이 빗나갑니다.

 

작품이 CCTV를 활용한 알리바이 트릭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단순한 정황 증거로 범인을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시망을 어떻게 회피했는지를 파헤치는 과정이 핵심적인 재미 요소로 작용합니다.

 

첫 번째 작품인 ‘붉은 집 살인사건’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이유현 형사가 중심이 되어 수사를 진행하고, 고진 변호사는 중간중간 힌트만 던지다가 마지막에 결정적인 해결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즉, 두 사람이 균등하게 수사하는 페어 플레이 구조가 아니라, 이유현이 사건을 끌고 가고 고진은 후반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플롯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구성이 약간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고진 변호사가 너무 슈퍼맨 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진 변호사를 부각시키기 위해 이유현 형사가 지나치게 무능력하게 그려졌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금세 찾아볼 수 있는 단서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고진 변호사의 조언을 받은 후에야 다시 조사에 나서고, 결국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다시 고진이 결정적인 추리를 제시하는 반복 구조가 이어집니다.

 

이런 흐름 때문에 형사로서의 이유현의 역할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단순히 고진의 보조 역할에 머무르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요. 사실, 탐정과 조수의 관계라면 이러한 구조가 익숙할 수도 있지만, 메인으로 내세워 진 것에 비해 일방적으로 쏠린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마지막 반전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반복적인 패턴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중간에 뚜렷한 전환점을 한 번 줬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문화생활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자와 사코 '인버트'  (0) 2025.03.04
도진기 '붉은 집 살인사건'  (0) 2025.02.27
도진기 '세 개의 잔'  (0) 2025.02.25
도진기 '모래바람'  (0) 2025.02.20
도진기 '나를 아는 남자'  (0) 2025.02.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