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의도 유전이 된다면
★★★★☆
‘붉은 집 살인사건’이라는 작품입니다.
고진 시리즈를 바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진기 작가의 작품은 문체에서 현대 추리 소설과는 또 다른 차이가 느껴지는 올드한 분위기가 있는데요. 그런데도 오히려 그 점이 저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와 계속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은 알리바이를 중심으로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진구 시리즈에서 진구는 주로 혼자 조사를 진행하는 편이었다면, 고진 시리즈에서는 변호사 고진과 형사 이유현이 페어로 활약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뚜렷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이유현은 경찰 수사를 진행하고 그 정보를 고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단순한 정보 제공자 이상의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실마리의 힌트를 깨닫게 해주는 역할이랄까요. 한편, 고진은 직접적인 조사와 추리를 동시에 전개해 나가는 캐릭터입니다.
어둠의 변호사라는 수식어에서도 추론할 수 있듯이, 고진 역시 무조건적인 정의의 캐릭터는 아닙니다. 이유현은 비교적 정의로운 인물로 볼 수 있지만, 고진은 도덕적으로 애매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 말미에서도 이유현이 그런 낌새를 느끼고 유도 해보지만 애매하게 반응하죠.
알리바이를 깨부수는 것이 주된 과정이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거짓말을 계속해서 파악해야 합니다. 단순히 하나의 거짓말을 밝혀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증거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의 진술이 흔들리고, 다시 맞춰보면서 또 다른 거짓말을 찾아내는 구조로 전개됩니다.
범행에 쓰인 트릭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주제와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잘 맞아떨어진 점도 자연스러웠습니다. 트릭이 억지스럽거나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동기와 상황에 맞게 설득력 있게 짜여 있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진구 시리즈는 백수이자 일반인이라는 한계가 있다 보니, 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고진 시리즈에서는 변호사와 형사라는 직업적 특성을 활용해 보다 직접적이고 시원하게 정보를 얻어내는 점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은 진구 시리즈에 비해 더욱 추리 요소가 더해졌다고 생각하는데 법조인과 경찰인만큼 그 점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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