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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도진기 '세 개의 잔'

by 지식광부키우기 2025. 2. 25.

 

 

상황을 만드는 것은 운인지 머리인지 확률인지

 

★★★☆☆

 

‘세 개의 잔’이라는 작품입니다.

 

진구 시리즈의 마지막 권입니다. 완전히 끝난 시리즈는 아니겠지만, 작가님의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당분간은 신작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은 진구에게 초점이 완전히 맞춰져 있습니다.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캐릭터가 바로 진구 자신이기 때문인데요.

 

이전까지의 시리즈에서는 의뢰를 해결하는 탐정의 역할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진구가 직접 사건의 핵심에 놓이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유연부의 함정에 빠져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고, 결국 구치소에 수감된 뒤 재판까지 받게 되는데요.

 

이전 권들에서 수 싸움과 트릭을 통해 경찰을 따돌리거나 사건을 해결하던 진구와는 완전히 다른 입장에 놓였습니다. 이제는 스스로를 변호해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그가 가진 지식과 판단력이 생존을 위한 도구로 작용하는 방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진구의 사건 해결에는 천운이 작용하는 부분이 많았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러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구치소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상 더 극적으로 배치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진구가 의도한 바대로 사람들이 행동하게끔 조정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요. 이는 단순한 추리나 직감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를 읽고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패턴이 더욱 강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흐름이 많다 보니 모든 것이 너무 계획적으로 흘러가고, 예상된 대로 진행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이니 그렇겠지만, 이번에는 진구가 짠 판대로 일들이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비율이 높아 긴장감이 다소 덜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해미와 다시 재회하는 것은 좋았지만, 유일한 친구인 송치수를 피해자로 만든 것은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진구가 애초에 정의로운 탐정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전개도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몬티 홀 문제도 등장하면서, 전체적으로 무난한 전개를 보였습니다. 재미있게 읽었던 진구 시리즈가 이렇게 마무리되었는데요. 만족도가 꽤 높았습니다. 이어서 고진 시리즈도 바로 읽어볼 예정인데, 진구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캐릭터 같은데 어떤 차이가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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