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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정유정 '완전한 행복'

by 지식광부키우기 2025. 1. 16.

 

갖고 가겠다 생각하지 말고 도망쳐라

 

★★★★☆

 

‘완전한 행복’이라는 작품입니다.

 

오디오북으로 반 정도를 듣고 나머지는 활자로 읽은 책입니다. 신유나라는 캐릭터 때문에 굉장히 불쾌하고 짜증이 많이 났는데요. 활자로만 읽었다면 이렇게까지 캐릭터에 짜증이 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디오북에서 성우의 목소리를 통해 캐릭터가 표현되다 보니, 그 목소리와 말투가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활자로 읽는 동안에도 캐릭터가 더욱 생생하게 상상되었습니다. 게다가 고유정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쓴 것을 알고 읽다 보니, 실제 사건이 겹쳐 떠올라 더 큰 불편함을 체감한 듯 합니다.

 

신유나의 캐릭터는 행복에 대한 정의가 매우 확고합니다. 그녀에게 행복이란, 자신의 삶에서 불행하다고 여겨지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그 불행의 척도가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라는 점입니다.

 

 

신유나는 자신의 기준에 따라 불행의 요소를 판단하고, 그것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고통이나 희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이러한 사고방식과 행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향으로까지 표출됩니다.

 

신유나의 딸인 지유, 언니인 재인, 그리고 현 남편인 은호의 시점에서 스토리가 번갈아 진행됩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은호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가장 답답하고 숨 막히게 느껴지는데요. 그의 내적 갈등과 신유나로 인해 억눌리는 상황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이 작품이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은호의 심정은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과 상황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점이 오히려 더욱 몰입하여 그의 입장에서 사건을 따라가게 만드는 요인으로 느껴집니다.

 

스토리가 심리적으로 무겁게 전개되다 보니, 독자는 신유나라는 캐릭터에 대한 분노를 점점 더 쌓아가며 작품을 읽게 됩니다. 특히,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부분들은 마치 "이래도 화 안 나? 정말로 화 안 나?"라고 감정을 테스트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감정적 피로감이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524쪽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높아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주말에 책을 펼친다면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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