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어떠한들 이길 수 없는 것
★★★☆☆
‘고비키초의 복수’라는 작품입니다.
표지가 굉장히 분위기 있어 인상적입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에도 시대의 극장을 표현한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주인공의 복수가 이뤄지는 여운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극장 뒤편에서 주인공이 아버지의 원수인 사쿠베에에게 복수를 성공시키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후, 이 장면을 목격한 다섯 명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실에 다가가는 플롯으로 전개되는데요.
플롯만 보면 목격자들의 증언이 사건에 대한 서술로 길게 이어질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사건보다 자신들이 왜 극장에서 일하게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각자의 과거와 극장에 얽힌 사연이 차례로 밝혀지며, 이야기 말미에 주인공에 대한 짧은 언급과 함께 복수와 관련된 힌트가 조금씩 드러나는 구성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러한 구성으로 인물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높이는 동시에,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에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을 들여다보게 해주는데요. 극장에서 일하는 것이 당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인물들의 개인적인 사연이 교차하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캐릭터들이 가지는 면모를 잘 보여줍니다.
종장에서 주인공이 직접 복수의 전말을 밝히며, 사건의 전개를 마무리합니다. 그 과정에서 복수를 완수하는 데 있어 목격자들이 어떻게 도움을 주었는지도 하나씩 설명되는데요. 이로 인해 목격자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과거를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퍼즐 조각처럼 작용했음을 알게 됩니다. 복수의 전말과 더불어, 주인공의 계획과 각 인물의 역할이 맞물려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처음부터 밝혀지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다 보면 반전 요소는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2~3장을 읽는 시점에서 주요 반전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구성이었는데요.
미스터리적 색채를 띠고는 있지만, 추리 요소나 반전이 주는 충격보다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각 인물의 서사와 과정에 초점을 맞춰 읽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반전의 강렬함보다 시대적 분위기와 서사의 흐름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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