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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범인 없는 살인의 밤'

by 지식광부키우기 2024. 12. 26.

 

 

순정이냐 아니냐도 결과론에 가깝다

 

★★★★☆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쓴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작가의 다양한 책들을 읽어봤을 때, 추리 요소를 빼고 생각해도 충분히 좋은 작품들을 많이 써왔습니다.

 

인간의 심리를 깊이 탐구하고, 사회의 문제를 다루며, 따뜻한 시선과 날카로운 통찰을 동시에 담아내는 등, 세계관이 넓은 작가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작품의 경우 인간의 심리에 좀 더 치중하되, 추리 요소를 첨가해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진실이 드러났을 때의 뒷맛을 씁쓸하게 남기려는 의도가 분명히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도의 순수함과는 별개로,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게 배치했는데요. 인물들의 선택이 불러온 예측 불가능한 결과는 미스터리적 요소로 작용하며, 그로 인해 느껴지는 씁쓸함은 드라마적 요소로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사건 자체의 반전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인물들이 맞닥뜨리는 도덕적 딜레마와 감정적 충격이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잘 전달됩니다.

 

‘춤추는 아이’가 위와 같은 요소가 가장 잘 드러난 단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학생, 발레를 하는 학생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데요.

 

학생은 우연히 발레를 하고 있는 아이를 보게 되고, 순간 사랑에 빠집니다. 짝사랑을 혼자서 애틋하게 간직하는 학생의 모습을 보고, 선생님은 그 마음이 안쓰러워 응원이라도 해보라고 조언합니다.

 

학생은 그 말을 듣고 용기를 내어 음료수를 몰래 발레부 아이에게 갖다 놓습니다. 그러나 그 후부터 발레를 하던 아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고, 선생님이 그 이유를 추적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진실에 가까워집니다.

 

순수한 의도와 행동이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면서, 독자로 하여금 탄식을 내뱉게 만든 편이었습니다. 다른 단편들 또한 각기 뚜렷한 의도를 지니고 있으며, 선과 악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하는 전개가 돋보입니다.

 

인물들의 행동이 선인지 악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상황들이 펼쳐지면서, 독자가 스스로 해석하고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면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며 등장인물들의 동기와 결과를 판단해 보시면 더 흥미롭고 깊이 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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