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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by 지식광부키우기 2024. 10. 3.

 

문장, 생각, 묘사 그 모든 것이 단서다.

 

★★★★☆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라는 작품입니다.

 

이번 리뷰는 결말과 중요한 부분을 포함하오니 아직 이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먼저 읽어 본 후에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가가 형사 시리즈의 12번째 작품입니다. 가가 형사는 직접 발로 뛰기보다는, 주변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갑니다. 실마리를 풀어나갑니다. 휴가 중이던 가가 형사는 사건 관계자의 부탁으로 검증회에 참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건의 진상을 하나씩 추리해 나가는 전개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결말을 알고 다시 책을 읽어보면, 이 작품에 복선이 굉장히 많이 깔려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일상적인 대화, 스쳐 지나가는 말, 인물의 생각이 모두 중요한 단서로 작용하죠. 책 초반에 등장하는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라는 글귀가 적힌 편지지도 그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하루나만 그 편지지를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모든 인물이 그 편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극 중 인물들의 관계에 긴장감을 더합니다.

 

검증회에서는 사건의 순서에 초점을 맞춥니다. 피해자가 발견된 순서와 카메라에 찍힌 범인의 동선을 통해 피해자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추측하게 되죠. 특히, 별장을 모르는 가해자가 저지를 수 있는 행동에 의문을 품으며, 자연스럽게 사건 관계자들에게 시선이 옮겨집니다. 저녁 다이닝이 시작되면서 검증회는 사건의 진상을 넘어서 인물들 자체에 대한 검증으로 확대됩니다.

 

생활 지도사로 알려졌던 구노 미호가 사실 가해자의 여동생임이 밝혀지면서, 편지지의 진실도 드러나고 내부에 공범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후 사건 현장으로 장면이 옮겨지고, 사건 현장을 보며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인간의 이중성을 비판했던 인물이 결국 자신 역시 그와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이야기의 중요한 흐름으로 부각됩니다.

 

검증회 중간에 저녁 다이닝을 언급했는데요. 범인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같은 메뉴를 시켜 먹는 장면은 기이하기까지 합니다. 등장인물들은 범인을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묘사하지만, 정작 소중한 사람을 잃고도 냉정하고 계산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들 자신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서로를 의심하며 극도로 긴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그들 역시 범인처럼 비정상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음을 은연중에 표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가는 초반부터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초반 바비큐 파티 장면까지 인물들이 겉으로는 즐거움과 여유를 드러내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의 숨겨진 속내가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 작가는 모두를 의심하라는 암시를 심어놓은 셈이지요. 

 

결말 부분에 작은 사건 하나를 추가로 더 넣었습니다. 편지지에 대한 복선을 해소하기 위함으로 보이는데요. 인물에 대한 묘사를 두 번이나 강조한 이유를 여기서 알게 되지요. 반전의 요소로 한 번 더 넣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101번째 작품입니다. 가독성이 뛰어난 작가인 만큼, 이번 작품도 매우 쉽게 읽혔습니다. 시간을 내서 읽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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