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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미치오 슈스케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by 지식광부키우기 2024. 10. 1.

 

 

주인공도 나도 현혹되었다.

 

★★★★☆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이라는 작품입니다.

 

이번 리뷰는 결말과 중요한 부분을 포함하오니 아직 이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먼저 읽어 본 후에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야미스라는 일본어가 있습니다. 싫다와 미스터리를 합친 합성어인데요. 찝찝함이 남는 미스터리, 기분이 나빠지는 미스터리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대표적인 이야미스로 ‘살육에 이르는 병’, ‘짐승의 성’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이번 작품도 이러한 이야미스의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두 명의 이야기가 교차합니다.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열 살을 앞둔 초등학생 미치오와 이와 대조를 이루는 70대 할아버지 다이조인데요.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인물의 행동과 심리에서 진실과 거짓을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제한적 시각 때문에 결말 부분에서 진실을 알 때 더욱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작가가 교묘하게 설계된 판에 독자들은 그대로 빠지게 됩니다.

 

이 작품에는 환생이라는 소재가 등장합니다. 주인공 미치오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들도 환생을 믿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미치오, 미치오의 엄마, 국수 아저씨가 있습니다. 미치오는 미카, S, 할아버지가 각각 도마뱀, 거미, 곱등이로 환생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는 미치오가 죄책감을 느끼는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미치오의 엄마와 국수 아저씨의 환생은 그리워하는 사람인데요, 미치오의 엄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무생물로 환생의 대상을 삼고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 내에서 좋게 말해서 환생으로 표현했지만 제3자 입장에서 보면 망상 즉, 정신병에 가깝습니다.

 

작가는 독자가 진실에 쉽게 도달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장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카를 인간으로 오해하게 만들거나, 이와무라 선생님의 이야기를 삽입하거나, 앞서 언급한 1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것 등이 그 방법들입니다. 트릭 중에서도 서술 트릭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특히 미카와 할머니를 인간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서술 트릭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놀라운 반전 외에도, 전체 분위기를 지배하는 끈적한 느낌이 깊이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름이라는 계절을 배경으로 설정하거나, 세심한 배경 묘사를 통해 사건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문학적인 느낌도 자연스럽게 자아냅니다.

 

어느 게 진실이고 무엇이 진실을 가로막고 있는지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몰입도 있게 쭉 읽을 수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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