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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소설

도진기 '순서의 문제'

by 지식광부키우기 2025. 2. 13.

 

 

머리 좋은 놈 앞에서는 짱구 굴려서는 안된다.

 

★★★★☆

 

‘순서의 문제’라는 작품입니다.

 

가족의 탄생을 읽고 나서 진구 시리즈 첫 권인 순서의 문제를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구의 여자친구인 해미와의 만남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해당 내용은 마지막 단편에 담겨있는데 해당 에피소드는 해미와의 만남 빼고는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에피소드는 티켓다방의 죽음입니다. 해당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2025년인 지금 시점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목인 ‘티켓다방’ 자체가 낯선 단어일 수 있는데요. 지금은 거의 사라진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무빙’을 본 사람이라면 알 수도 있겠네요.

 

진구의 경우 가족의 탄생에서도 느낄 수 있었듯이 결코 정직한 캐릭터는 아닙니다. ‘순서의 문제’ 첫 에피소드부터 이러한 면모가 뚜렷하게 드러나는데요. 진구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석적인 탐정이라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거짓말을 하고 도덕적인 경계선을 넘나들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빌드업이 ‘티켓다방의 죽음’에서 만개하는데요. 진구의 비정직하고 교묘한 성격은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됩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구는 단순한 논리적 추리나 증거 수집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의 심리를 파고들고, 거짓말과 심리전을 통해 진실에 접근합니다.

 

증거를 조작하기도 하고, 의뢰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이끌기도 합니다. 진구의 특기 중 하나가 문따기로 나오는데, 이를 활용해 경찰도 속이기도 하죠. 이 에피소드의 특별한 점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소재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건의 방향을 바꿔놓는 결정적인 열쇠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경찰과의 수싸움 뒤에 배신을 대비한 포석까지 아주 치밀하고 재미있게 풀어갑니다. 우연이 겹치긴 하지만, 추리·미스터리 장르에서는 어느 정도의 우연은 필연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우연들이 사건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잘 조화된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진구의 직감과 과감한 행동이 이 작품의 큰 매력 포인트입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방식으로 갚아주는 모습에 있습니다. 그 과정은 때론 비정하고 날카롭지만, 그 끝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티켓다방의 죽음 외에는 뮤즈의 계시 에피소드가 신선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단편인데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두 권을 재밌게 읽은 이상 총 5권의 도진 시리즈가 있는데 연속해서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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