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여행을 갔을 때, 그 나라의 언어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면 훨씬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담 없이, 천천히 한 번 배워보려고 마음 먹었다. 아무래도 거리상 가까운 일본을 가장 자주 여행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일본어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영어를 배울 때 알파벳부터 익혔듯이, 일본어도 글자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부터 차근차근 외워보기로 했다.
그래서 일단은 먼저 히라가나부터 학습해보기로 했다. 마침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있어서, 전자책 중에 일본어 기초 관련 책을 찾아봤다. 그치만 소설을 읽을 때와는 다르게, 공부용 전자책은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눈으로만 훑게 되고, 글자 하나하나를 익히는 데에 제대로 집중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페이지를 넘겨도 머릿속에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책으로는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아 결국 책을 끄고, 동영상으로 돌렸다. 유튜브의 파도를 타고 이리저리 떠다니다가, 어느 영상의 댓글에서 눈에 띄는 글을 발견했다.
“히라가나 외울 때 이 영상이 제일 잘 외워져요. 오래된 강의인데...”
그 말에 혹해서 댓글에 적힌 대로 ‘한 시간 만에 끝내는 히라가나’를 검색해보니, 정말 그 영상이 있었다. 썸네일부터 오래된 느낌이었지만, 믿어보기로 했다.
무언가를 배울 때 어설픈 건 당연한 일인데도, 나이를 먹었으니 이제는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만한 생각과,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어설픔에 대한 과한 엄격함’을 이번만큼은 모두 내려놓기로 했다. 그냥 아이들이 언어를 배울 때처럼, 실수해도 웃고 넘기면서 가볍게 시작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영상 속 방식은 예전에 고등학교 때 봤던 ‘경선식 영단어’처럼, 연상법을 활용해 히라가나를 외우게 하는 방식이었다. 글자의 모양에 이야기를 붙이고, 그림과 함께 기억하게 만드는 식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도 많았지만, 그것 역시 어른의 시선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라면 의심 없이 받아들일 내용을 굳이 논리적으로 따질 필요는 없겠지 싶어, 그냥 나오는 대로 보고, 들었다.
계단 오르기를 하면서 틈틈이 영상을 봤는데, 웬걸 정말로 머릿속에 히라가나가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전혀 구분이 안 되던 글자들이 이제는 어렴풋이 떠오르고, 모양도 익숙해지는 게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억지스러운 이야기들과 그림 덕분에 더 잘 외워지는 느낌이었다.
한 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영상 길이가 52분이다!), 서너 번 반복해서 보니 정말로 단어의 뜻은 몰라도 히라가나는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만, 영상에서 말한 방식대로 따라하다 보니 정말 효과가 있었다. 댓글에 칭찬이 괜히 그렇게 많은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이제 히라가나를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다음 어떤 방식으로 학습을 이어갈지 선택할 차례가 되었다.
(다음 포스팅에 계속)
히라가나를 외우고 싶은 분들께는 이 영상 강의를 강력히 추천한다. 나처럼 글자부터 막막했던 분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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