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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창작

비 내리는 어두운 밤이었다. (2)

by 지식광부키우기 2024. 8. 8.

 

지훈은 소리를 들은 방향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는 자신의 심장소리가 빗소리와 뒤섞여 더욱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골목은 어둡고 비에 젖어 미끄러워 보였으며, 길고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호기심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순간, 그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누구 있어요?" 지훈은 최대한 담담하게 물었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답변은 없었고, 오직 빗소리만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그는 라이터를 다시 켜서 앞을 비추며 천천히 골목으로 걸어들어갔다. 불빛이 미치는 범위는 한정적이었고, 그 너머는 여전히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수록 그의 불안감은 커져갔다.

 

그때, 갑작스럽게 라이터가 꺼졌다. 지훈은 놀라서 재빨리 라이터를 다시 켜려고 애썼지만, 비에 젖은 라이터의 불은 쉽게 붙지 않았다. 그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플래시를 켰다. 그 빛 아래, 무엇인가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지훈은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골목 끝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사람의 형상이었지만, 비에 젖어 윤곽이 흐릿했다. 그 존재는 지훈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도와주세요..." 낮고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절박하고 고통스러웠다. 지훈은 공포에 질려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존재가 가까이 올수록 그의 심장은 점점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제발... 도와주세요..."

 

지훈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쳤다. 번개의 섬광 속에서, 그는 바로 앞에 서 있는 한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흠뻑 젖은 긴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하얀 옷은 비에 젖어 그녀의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가장 소름 끼치는 것은 그녀의 미소였다. 번개의 빛 속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소름끼치게 밝은 미소였다.

 

"도와주시겠어요?" 그녀가 부드럽게 물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스며 있었다. 지훈은 두려움에 질려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고, 지훈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또 한 번 번개가 쳤다. 그녀의 얼굴이 번개의 빛 속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그 눈동자는 끝없는 어둠을 품고 있었다.

 

지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뒤돌아 그녀에게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오직 앞만 보고 달렸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그의 뒤를 쫓아왔다.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숨을 헐떡이며 문을 잠갔다.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그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고, 그 형상과 웃음소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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