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말이지 처맞는 말
★★☆☆☆
‘절대정의’라는 작품입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원작이 궁금해져 책을 찾게 됩니다. 화면 속 장면이 글에서는 어떻게 묘사되었을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책을 읽다 영상화된 작품을 찾아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 티빙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것을 보고 이번에는 먼저 원작을 읽어보자는 생각에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의 신경을 긁어대는 성격을 지닌 채 등장합니다. 정의를 내세우며 맞는 말이지만 말투 하나하나에 뾰족한 가시가 박혀 있고 사소한 상황에서도 괜히 시비를 거는 듯한 태도는 읽는 내내 불편함을 줍니다.
이 인물을 살해한 뒤 왜 친구들이 그녀를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가 작품의 핵심 갈등으로 자리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범행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오래 쌓인 감정의 균열과 서로에게 얽힌 비밀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관계 속에서 차마 드러내지 못한 불만과 질투가 서서히 부풀어 오르다 결국 파국으로 터져 나온 것이지요.
피해자의 언행과 행동이 워낙 거슬려 읽는 내내 친구들과 같은 짜증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인지 그들이 내뱉는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순간 정당하게 들리기까지 합니다.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심리에 은근히 동조하도록 이끄는 전개는 이야미스 장르가 줄 수 있는 불쾌함과 매력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정작 주변 친구들은 모두 동조하는 분위기라 그녀에게 함부로 맞서지 못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고등학교 시절에 목격한 보복은 분명 정의로웠지만 그 대가가 지나치게 컸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맞는 말이라 해도 함부로 내뱉으면 안 된다는 교훈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 엄마의 정의를 부정하면서도 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딸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을 맺습니다. 결국 가정환경은 단순히 성장 과정의 배경이 아니라 가치관과 선택의 뿌리가 되어 삶 전반에 깊이 스며드는 것임을 드러냅니다. 설령 의식적으로 부정하더라도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중요한 순간마다 모습을 드러내지요.
드라마를 1화 초반만 봤는데 비록 설정의 시간을 바꿨더라도 원작의 전개를 거의 그대로 따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정의를 거침없이 외쳐대는 장면이 책으로 읽을 때와는 또 다르게 영상에서는 얼마나 불쾌하게 다가올지 끝까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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